인간의 역사와 자연의 만남 - 씨엠립 여행 :: 2012/02/25 18:28

앙코르와트. 예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동남아 문명의 흔적. 천년전쯤에 어찌 저러한 건축물을 만들 수 있었을까 늘 궁금하고 신기해하던 곳. 마침 티몬에서 반값할인 패키지를 발견했고 결혼 1주년 여행지로 결정했다. 여행지가 좀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좀 있었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편하게 대접받는다는 주변의 얘기에 잘 결정한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천년전 사람들에게서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

많이 다녀본 건 아니지만 패키지여행은 어떤 가이드 분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다. 다행이 경험많고 친절하신 분을 만나 여행내내 좋은 기분을 가질 수 있었다. 다양한 한국분들과도 친하게 지내는 것도 또다른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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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눈으로 직접 본 앙코르와트는 정말 장관이였다. 설계자의 미적센스가 놀랍고 물위에 어떻게 이런 안정적인 구조물을 만들 수 있었는지 대단하다. 크메르 문명에 기록문화가 없어 후세사람들에게 분석의 고민을 안기고 있는 점은 아쉬운 점. 13세기말 원나라 사신 주달관이 진랍풍토기라는 책을 써서 그나마 그때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고 하니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끼다. (나도 기록을 열심히! 불끈) 저 책을 발견한 프랑스 학자 폴 펠리오는 또한 신라승 혜초의 인도여행기 왕오천축국전의 발굴자라고 하니 동양의 문명의 중요성을 서양인에게서 배우게 된다는 아쉬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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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많은 동네다 보니 건물내에 저런 목욕탕도 많이 보인다. 그리고 패키지 여행온 서양인들도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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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가이드분의 설명을 참 열심히 들음. 이 설명 듣는 거 중요하다고 다 들으려 하던데, 내 생각엔 그분 곁가지 얘기가 넘 많았다. 그래서 난 중요한 부분만 듣고 돌아다니기만 함. 그 와중에 아내도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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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본 건물에서 바라본 정문의 모습. (기구를 타고 볼 수 있는 코스도 있다) 저 곳이 처음 발굴당시 그냥 밀림이였던 것을 지금은 저렇게 정리해 놓음. 크메르 왕조는 저 문명을 건설하고는 15세기경 멸망했고 그 이후로 밀림안에 감춰져 있었다. 저곳을 처음 발견했다는 프랑스인은 정말 신기했을 것 같다. 밀림안에 이 무슨 건축물들이? 그 옛날 여기엔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타임머신을 타고 꼭 가보고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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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는 저렇게 돌에 부조를 조각해 놓았다. 저 여인이 압살라라고 하는 선녀라고 함. 압살라의 가슴을 만지면 자식이 생긴다고 하여 열심히 만지고 왔음 으흐. 가이드 분은 저 망사치마에 비친 다리를 보라며 부조의 디테일을 강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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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타프롬이라고 하는 절이 있는데 저곳이 정말 장관이다. 보이는 것처럼 저 큰 나무의 씨앗들이 하필이면 저곳 천년전 석조 건축물들 위에 떨어져서 지금은 그냥 천년전 건축물이랑 섞여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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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전 석조건축물을 기껏 안정적으로 지어놨더니 저 나무의 뿌리가 곳곳에 파고들어 건물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그렇다고 저 나무를 죽일 수도, 걷어낼 수도 없어 지금은 성장억제제를 투여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견고한 역사도 계속되는 시간의 흐름앞엔 어쩔 수 없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지금의 우리 문명이 멸망하고 몇 천년뒤에 다른 문명이 우리를 발견한다면, 지금 여길 여행하며 천년전을 상상하는 것과 많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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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욘 사원의 저 얼굴이 당시 왕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이라고 하던데, 자신의 얼굴을 사방의 건축물에 조각하다니 독특한 심성을 가졌네. 왕이 자신을 늘 감시하고 있다는 경각심을 주기 위해? 저걸 조각한 돌조각에도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돌조각을 쌓고 그 위에 조각을 한 것일텐데, 드릴도 없이 참 고생했겠다 싶다.

패키지 여행은 캄포디아의 과거와 현재로 구성되어 있다. 과거가 앙코르와트, 타프롬, 바이욘이였다면 현재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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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레삽 호수로 가는 길의 캄퐁플럭(수상촌)은 정말 인상적이였다. 우기때 물이 불어 높아지기 때문에 집을 저렇게 높게 지어야 한다. 우리의 겨울은 저곳의 건기여서 지금은 물이 저렇게 빠져있음. 관광객 보트가 저들의 삶의 터전을 들여다보며 지나간다는게 좀 어색하긴 하지만, 그래도 밝은 미소의 캄보디아 사람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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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레삽 호수는 바다같다. 계절에 따라 수위가 5,6미터씩 차이나는 흙빛 바다. 그리고 저 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 가져간 DSLR 카메라가 이날따라 잘나오는 것이 마치 내가 사진작가가 된것 같은 착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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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객 어르신들이 이곳 삶의 모습에서 옛날 6,70년대 우리나라의 모습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더 그런가 저곳 사람들의 미소가 더욱 친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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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어린이들을 찍어봤다. (나날이 사진 기술이 늘고 있는 것 같음)

북한식당도 가봤다. 우리나라에서는 북한체제하의 사람들을 만나볼 일이 거의 없지만 외국에서는 가능한 것인가보다. 북한정부에서 운영하는 식당이고 또 남한 관광객들이 자주 이용한다니 이런 어색함이. 캄보디아 식사가 입맛에 안맞아 속이 느글 거릴 때 먹는 한식, 그리고 시원한 평양냉면은 그 맛을 이루 표현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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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중 저렇게 공연을 보여주는데 물론 멋지고 즐거운 공연이였지만 안쓰러움도 들더라. 예전엔 저 공연도 김일성 부자의 칭송에 관한 것이였다가 남한의 관광 가이드들이 그래서는 안간다해서 지금은 그런 것도 뺀 것이라고. 서로가 등을 돌리고 있는 남한과 북한이지만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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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북한 분들과 사진도. 아내가 저 사진을 찍어주고는 그리도 좋냐고 한다. 좋다고 하기보다 신기함이야, 가까운 핏줄일 북한분(SNP으로 PCA해보면 당연히 같은 민족)을 이 먼 타국에서 만나 한장의 사진에 함께 담길 수가 있다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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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는 더운 날씨에 비해 벌레들이 별로 없는데 저 도마뱀때문이라고 한다. 재빠르게 벌레들을 잡아먹고 사는 저 도마뱀을 잡아 집에 일부러 풀어 놓는다고. 호텔방에서도 한마리 발견했는데, 아내는 저녀석 때문에 밤새 잠을 못잤다. 여행가방에 들어갔을까봐 다 들어내기도 했다. 난 귀엽기만 했던 걸.

어렸을 때 킬링필드라는 영화로 처음 알게됐던 나라. 그리고 오랜 전쟁과 혼란으로 가난한 나라로만 알고 있었지만 오랜 역사의 유적지, 그리고 따뜻한 삶의 미소와 함께 여행가보기 좋은 나라가 되고 있다. 게다가 물가가 싸서 여행가기 많이 부담되지 않는다. 시내 번화가 맥주집에서는 1달러에 생맥주가 두잔. 유네스코에서 문화재 보호를 위해 곧 관광객 출입을 막을 계획도 있다고 하니 앙코르와트 보고싶으신 분은 서두르셔야 할 듯. (이번 여행의 모든 사진들은 이곳 플리커에서 더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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