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과 고통 :: 2009/01/03 11:05

어떻게 진화가 가능했을까? 이 질문은 생명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나는 오늘도 나 자신을 보며 혹은 이 세상을 보며 그 답을 생각해 본다.

언제쯤부터였을까? 유전자는 쾌락중추와 고통중추를 설계했다. 그 이전의 어떤 성과물보다도 효율적인 장치임에는 틀림이 없다. 진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의 자극에 대해 두뇌 및 신경 어느 부분에 쾌락이란 느낌을 선사하고, 유전자 자신에게 해가 되는 방향의 자극에 대해서는 고통이란 느낌을 느끼게 함으로써, 자신의 불멸을 향한 첫 안전장치를 만들어냈다. 이로써 생존기계는 유전자의 노예가 됐다. 그것도 아주 충실하고 순종하는.

식욕, 성욕 등을 통한 쾌락과 안 좋은 자세에서 나오는 허리의 통증 등의 고통은 우리의 뇌 어디에선가 방출되는 신호일 뿐이다 라는 것은 다 알고 있다. 단지 신호일 뿐인데, 어찌나 신경중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강도가 심각한지 우리는 그 신호에 거스를 수 없다. 매트릭스의 사이퍼가 본질보다 그 신호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이 쾌락과 고통중추는 그 생물학적 장치를 넘어 사회적으로도 영향을 확장한다. 연인을 향한 사랑의 감정, 자식을 향한 감정, 혹은 사회적인 기여를 통한 명예 등은 생물학적 장치 없이 감정만으로도 쾌락을 준다. 고통도 마찬가지다. 실연의 아픔을 두려워하여 다른 방향을 취한다든가 등등. 고통을 멀리함으로써 안전을 도모한다. 중요한 것은 이것 역시 진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는 것. 유전자의 명령은 직접, 혹은 하나 건너뛰어 간접적으로도 진화에 관여한다.

내가 만일 진화 시뮬레이션을 설계한다면 어떻게 객체에 쾌락과 고통중추를 장착할 수 있을까? 단지 점수를 주고 그 점수가 높아야만 생존하는 모델만 가지고는 나 자신처럼 동작하지 않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자아를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질문인 것 같다. 욕구를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한다는. 더불어 복잡한 진화를 가능하게 한 비밀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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