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레토법칙의 생물학적 고찰 :: 2006/07/31 01:44

80/20 법칙에 대한 오해를 쓰신 PRAK님의 글을 보고, 나도 그동안 생각해봤던 파레토법칙에 대해 몇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일부는 PRAK님과 생각이 다르다.

Pareto rule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메타포는 고등생물의 유성생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생물 백그라운드 여서 일 수도 있겠지만서도, 아마도 전공분야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고 있겠지. 어느 한 성의 20%가 다른 성의 80%를 차지한다는 이 불평등함은 참을 수 없이 안타깝지만, (으... 내얘기인가?) 좋은 형질을 후세로 전달시키는 매우 좋은 방식이다. 좀더 힘이쎄서 먹이를 더욱 잘 찾는 형질은 많은 다른 이성을 차지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이 형질은 후세에 더욱 잘 전달될 수 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상대성을 차지할 기회를 주는 종에게는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좀 더 좋은 형질이 뒤로 더욱 잘 전달될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잔혹한 진화의 흐름에서 살아남고 싶으면, 어떻게든 좋은 형질들을 유지시켜야 한다. 더 좋은 형질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이성이 있다면, 그 종(혹은 개체)는 더욱 자손을 잘 남길 수 있고, 이는 종 전체가 그런 눈을 가진 이성을 선호하게 되고, 그런 형질을 가진 이성을 선호하게 되어, 불평등함이 발생한다. Fisher의 그 유명한 성비균등의 논증대로 성비가 균등하게 세상에 태어났다면, 짝도 그 비율대로 맞으면 좋겠지만, 앞서 이야기한 선호도의 불평등함으로 인해, 80:20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 불평등함은 모든 만물을 평등하게 대하는 것 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인 것에게 더 잘 대해 주는 시스템이 결국은 더 발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의미에서 파레토법칙은 자본주의와도 잘 맞는다.) 시스템의 특정 변수들을 그냥 랜덤하게 놓는 것 보다는, 이점이 발생할수록 점수를 더 부여하는 유전자알고리즘 같은 성질들로 변수들을 조절시키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이야기이다. 파레토법칙의 핵심은 이러한 불평등함이 시스템내에 발생한다는데 있다.

여기서의 중요한 점은 불평등함의 존재이지 80/20의 비율은 아니다. 그 비율은 단지, 많은 시스템에서 그 비율, 멱함수법칙에서의 그 상수가 많이 나타남을 의미한다. 모든 시스템이 그 비율인 것은 아니다.

그 비율을 한번 고찰해보자. 위의 생물예제에서 80을 "잘난 형질" 이라고 하고, 20을 "보통 형질" 이라고 치자. 어짜피 좋은 형질을 전달하는 것이 좋다면 80 보다 더 많은,,, 90, 95는 더 좋은 것이 아닐까. 아,, 그 때 등장하는게 남은 20의 힘이다. 남은 20은 그 잘난 형질은 갖고 있지 못하지만, 각각의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전염병 내성 유전자를 갖고 있을 수도 있고, 특별한 시력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 그 남은 20%에 다양성을 저축하고 있는 것이다. 80을 주력으로 놓고, 20은 다양성으로 뒷받침하는 것. 그것이 일반적인 불평등함의 밸런싱이다.

그 비율은 전적으로 시스템의 환경에 달려 있다. 환경변화가 변화무쌍하여 다양성 서포트가 중요한 시스템일 수록, 20이 더 커질 것이고, 다양성보다는 주력분야를 키우는 것이 유리한 환경에서는 80이 더 커질 것이다. 이 이야기대로라면, 80/20 이 99.9/0.1 로 까지 비율이 변화할 수 도 있다. 시스템 환경에 따라.

또 한가지, 파레토법칙을 일상에 역이용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도로이용율의 80%는 20%의 시간에 집중되어 있다 는 예, 시스템을 보자. 왜 저러한 불평등이 발생하는가. 물론 출퇴근 시간대에 그 도로가 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내 목표가 교통체증을 피하는 것이라면, 출퇴근 시간을 피하는 것. 그것은 일종의 파레토법칙의 역이용이다.

A회사에 매출이 a제품이 80%정도 차지한다고 할때, a를 강화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나머지 20을 강화할 것인지(다양성 서포트를 위해)는 전적으로, 시스템 환경상황, 즉 다양성이 중요한지, 주력상품이 중요한지를 얼마나 정확히 보고있느냐에 달려있다.


이 글을 쓰다보니, 생각이 없는 블로그에서 스쳐지나가다 읽은 문구가 기억난다.

순이는 매일 자기를 죽을만큼 짝사랑하는 철수는 쳐다보지도 않고 이 여자 저 여자 찝적대는 바람둥이 똘이한테 다리를...

아흑, 불쌍한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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