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와 길찾기 :: 2007/01/09 14:48

무언가를 공부한다는 것에 길찾기 만한 메타포는 없는 듯 하다.

강북으로는 거의 차몰고 갈일이 없다가, 최근 이래저래해서, 자주가게 되면서, 그 어렵던 강북 길이 서서이 감이 오는 듯 하다. 먼저, 강북과 연결되는 외부의 큰 길들(한강다리, 고속도로). 그리고 강북내의 길들(내부간선, 동부간선 등등). 그리고, 주요 위치들(신촌로타리, 광화문 등). 일단 큰 길의 흐름을 알면, 나머지 작은 길들은 그 큰 길과의 연결점만 생각하면 된다. 아하, 이길이 저길과 연결되었군. 이리로 가면 그리로 갈 수 없겠군 등등을 생각하는 기본은 큰 길과의 연결점이다. 생소한 어느 곳에 떨어지더라도, 표지판에 등장하는 큰길의 이름만으로도 나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가만히 "길"에 대해 생각해보자. 길이란 오랜시간동안 그 동네에서 살아왔던 사람들이 편의상으로 만든 이동경로이다. 그 길이 그렇게 뚫려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이다. 고속화도로는 강 따라 이어진다던가, 산, 부대, 기차역으로는 길을 낼 수 없다던가 등의 길을 그렇게 내야만 하는 지리적이유, 혹은 오랜 역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무언가 잘 모르는 분야의 공부를 생각해보자. 이미 그 분야를 해봤던 사람들의 길과 위치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미지의 길과, 위치사이의 연결을 깨닫게 되면서, 그 분야가 감이 온다. 무언가를 공부해서 이해한다는 것은 그 "연결" 고리를 찾아내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찾아낸 연결고리를 이해하는 것을 공부라 한다면, 내가 직접 연결고리를 찾는 것은 연구라고 할 수 도 있겠다.

길찾기에서의 자주 등장하는 실용적 문제는 두 지점간의 최단 거리 찾기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최소시간 이동경로 찾기이다. 교통정체도 고려해야하고, 교통수단의 이용가능성도 고려해야한다.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최소시간 이동경로로만 움직이려고 한다.

공부에도 두 지점간의 최단거리개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단백질 조각들의 질량값과 그 서열 사이의 멀고 멀어보이는 두 관계는 그래프이론DAG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더 가까와졌다. 아직은 모르고 있을 더 짧은 최단 거리가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언젠가, 뉴욕의 길거리를 헤매며 비슷한 생각을 할 수 도 있겠고, 독성유전체학을 공부하면서 그럴 수도 있겠고, 루비를 공부하면서 그럴 수도 있겟고, On2 살사를 배우면서 그럴 수 도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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