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다녀오다 :: 2010/09/30 16:51

내가 탄 비행기가 비오는 어느 공항에 착륙했다. 연료추가때문에 한 착륙인지라 환승없이 바로 같은 게이트에 다시 탑승하면 되는거였다. 나는 회사 팀원인 재영과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환승대기지역에서 텍스프리 쇼핑 겸 둘러보기로 했다.  

유리창으로 공항 반대편이 보였는데 오호 거기는 동물원이였다. 멀리서 봐도 신기해 보이는 덩치 큰 동물들이 비맞으며 관광객에게 자신의 독특함을 내보이고 있었다. 아, 다음에 함 여기 동물원에 와봐야겠다 생각했는데, 당시 지구상에서 못봤던 생물종이였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근데, 여기가 어디 공항인지 도통 생각이 안나는거다. 나는 어디를 가고 있던건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다만 지금 여기가 어느 공항인지 생각나지 않는 것이 답답했다. 나 요즘 자꾸 뭔가를 까먹던데 이거 제대로 까먹은듯. 아, 아이폰으로 현재 내 위치를 확인하면 되겠네 하고는 아이폰 지도를 켜고 현위치를 터치했다. 말레이지아가 나왔다 음. 그렇다면 여긴 쿠알라룸푸르 공항인가보다.

아이폰을 갖고 있던 한 한국인을 만나고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상대방의 아이폰을 구경하기도 하고 다양한 얘기들을 나누다가 갑작스럽게 헤어졌다. 나중에야 서로의 아이폰이 바뀌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나 이미 그사람은 안보인다. 으아 어쩐다냐 내 아이폰... 그사람의 아이폰에는 독특한 잠금화면이 보였다. 탈옥했는듯, 어떤 잠금화면 앱인지는 모르겠는데 지도가 화면에 보이고 지도상의 특정 영역들이 어떤 신호에 따라 반짝이고 있었다. 그 사람의 아이폰에는 약 3페이지정도의 앱들이 있었고, 내 폰에 비해 매우 적었다. 그사람은 아마 내 비밀번호를 모르니 내 앱들을 볼 수 없겠다.

그러다보니 탑승시간에 늦었다 서둘러 탑승했더니, 나때문에 꽤 오래 기다렸다는 승무원얘기 그 얘기를 듣고있던 옆 승객이 한국어는 중국어와 비슷한데 한국어의 몇몇 발음은 정말 어렵다며 "주차장"이란 발음이 어렵다는 얘기를 했다. 나보고 해보라며 "쭈이치이장" 하고 중국발음으로 말했다. 난 뭐 이게 어렵냐는 듯이 "주차장" 하고 말해주었다.

내 아이폰 어떡하지를 중얼거리며 그사람 아이폰 케이스를 만지작거렸다. 마치 묵같은 흐물거리는 소재의 케이스를 보며 뭐 이런걸 하고 그랬을까 싶었던 그때 내 베개옆의 케이스없는 무사한 아이폰을 보고는 아 이게 꿈이네 했다. 정말 현실같았던 꿈.

꿈은 내 무의식이 만든 시나리오였을텐데, 언급된 몇몇 생생한 상황들은 나조차도 의외다. 난 쿠알라룸푸르는 철자도 헤깔릴정도로 잘 모르고, 우주괴물같았던 동물원의 동물 모습도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그사람의 잠금화면도 난 처음보던 것이였다. "주차장"이란 발음이 중국인에게 정말 어려운것인지도 확인해보고 싶고. 그러고보면 무의식에서 조립해내는 상황이란 무한한 듯. 아 이거 누군가 혹시 날 인셉션하기위해 설계한 꿈 아냐? 어떤 목적으로!
Trackback Address :: http://yong27.biohackers.net/trackback/367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