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신앙 :: 2004/09/28 00:01

생물학을 공부하는 나에게 이 주제는 화두였다. 나에게 이 문제는 예전에 과학이냐, 신앙이냐였다면, 지금은 어떻게 신앙인 사람들에게 과학의 바른 모습을 알려주느냐 이다.

모건 이후의 최고의 유전학자 도브잔스키진화의 관점을 적용하지 않고서는 생물학의 어떤것도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얘기한 바 있다. 난 이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창세기 1장과는 결코 양립할 수 없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 주제에 대해 아무생각없다. 하지만 몇몇은 있다. 이런류의 문제들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본적이 있는 사람들... (그런 타입의 사람들이 있다. 나같은사람.. ㅡ.ㅡ;) 대개가 그들에게서의 결론은 "나란 영혼이 죽는다고 끝이될것같지는 않다. 신은 존재하고, 신의 지적설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라는 것이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영원히 풀리지 않는 신비따위는 존재할것이고, 그 부분은 바로 "신"이 관할할것이라는것.

내 가정은 이렇다. 인간의 시선이 매우 작을 당시(현미경도 망원경도 없고, 지적수준도 낮던 그 당시)에 세상을 설명하기에 너무도 아는것이 없었기에, "신"을 도입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신은 인간의 시선이 점점 넓어짐에 따라 서서이 설자리를 잃는다. 교회의 천동설이 부정되고, 귀신때문이라고 여겨졌던 병들에 대한 발병메카니즘과 치료방법들이 개발되면서,,, 애매모호한 신의 영역은 과학으로 대체된다. 인간의 시선은 점점 넓어지고, 신의 자리는 점점 줄어든다. 그렇다고 해서, 그 자리가 아예 없어지지는 않는다. "신"은 살아남기위해 가능한한 애매모호한 부분을 잡고 늘어지며. 맹목을 강요한다. 하지만, 시간이 계속해서 흐름에 따라, 애매한 부분은 과학으로 서서히 이해된다. 이해되지 않는 현대의 몇몇 현상들은 대개가 변수가 너무 많은 복잡계여서, 실질적 해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지, 신의 영역이기 때문은 아니다.

유난히도 내 주변에는 과학하는 신앙인, 신앙있는 과학인이 많다. 그들은 자신의 분자생물학 연구가 신의 존재의미를 부정하는 방향이 될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일까. 모호한 부분에 대한 맹목적 믿음을 강조하는 신앙적 태도로,, 끊임없이 의심하며 실험하고 논증하는 과학적 연구를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자신의 연구를 통해, 신의 지적설계물의 위대함을 이해하고 싶다는 얘기는 종종 듣게 되는 것중의 하나인데, 사실 받아들이기 힘들다. 믿음에 이유를 달지 않고자 하는(도마의 예처럼) 종교적 신념과 양립되기 어렵다. 차라리 신학을 공부하는것이 어떠냐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느낀다. 그대가 공부하고자 하는 분자생물학은 신에게 영광을 돌리긴 커녕 베일에 쌓인 어정쩡한 신를 발가벗기는 것이라고... 주말에 교회에 나가면서, 평일에 이종간의 서열유사성을 공부하고, phylogenetic tree(계통유전학적 나무)를 그리고 있는 몇몇 연구원들을 보면, 좀 갸우뚱...

양립이 불가능할것이라고 생각하는 내 생각이 편협한 것일까. 진정 양립할 수 있는 다른 이유가 있는것일까?


PS/
관련글 읽고, 또 포스팅. 과학과 종교는 공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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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과 종교는 공존할 수 있다?

    Tracked from Experiments never fail | 2008/02/19 17:56 | DEL

    Jania씨 WikiBlog 에서 발견한 글. 과학과 종교는 공존할 수 있다? http://news.nationalgeographic.com/news/2004/10/1018_041018_science_religion.html 아직까지도 난, 이런 글을 보면, 저자가 과학에 대해 조금 덜 이해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자기는 이해하고 있나? 이런 건방진 생각을 ㅡ.ㅡ;;) 어떻게 보면, 그만큼 도킨스의 영향을 받고 있는지도. 그나마 저자..

  • BlogIcon yong27 | 2004/09/30 13:41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날카로운 글 잘봤슴. 지금 드는 생각인데, 오히려 과학과 신앙을 전혀 별개의 것으로 여기는 이들도 많은것 같아. 그대가 "종교가있다면~" 이라고 얘기했던 첫문장처럼. 대신, 계속해서 자신의 연구결과를 신앙과 결부시키지 않는다면 좋겠슴.

  • 아거 | 2006/03/24 10:4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절친한 생명과학자 친구를 둬서
    여기에 대해 종종 의문을 던집니다.
    제 생각에는 믿음의 영역과 과학의 영역은 서로 교집합이 없지만 이걸 서로 떼어낼려고 하면 거기서 갈등이 출발하기에 그냥 좋게좋게 지냈으면 합니다. 그런데 믿음과 과학은 모두 투쟁(?)을 바탕으로 영역을 넓혀나가기 때문에 그게 안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게 머리골치 아프지요.
    과학시간에 진화론을 가르치는만큼 창조론을 가르쳐야 한다고 계속 투쟁을 해오면 그때부터 복잡해지는게 아니겠습니까?
    http://gatorlog.com/?p=226

  • BlogIcon yong27 | 2006/03/24 11:18 | PERMALINK | EDIT/DEL | REPLY

    기독교의 존립 여부는 그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확신에 달려있다고 믿어지기 때문인 듯 합니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의 인간환생처럼 상징적으로 해석할 수 도 있을 법한 일을 꿋꿋이 사실이다라고 주장해야하는 것이 기독교의 입장이겠죠.

  • 강병철 | 2008/03/19 09:46 | PERMALINK | EDIT/DEL | REPLY

    과학과 종교의 양립이 불가하다는 것은 결국, 무신론과 유신론으로 확장됩니다. 무신론중에서도 가장 실증적인 것이 유물론이므로... 결국 유물론의 문제까지 도달하게 됩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심정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무신론자라고 말하기 보다는 실증적 신의 존재는 거부하고 범신론으로 포장하지 않을까요?
    --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교회에 다니는 유물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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