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들은 생각이 있는가 :: 2006/01/13 19:18

황우석교수의 마지막 기자회견에 관한 이형기교수의 기고문, 진실은 여론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의 내용가운데 일부. 황교수 주위에 도열한 연구원들에 관한 이야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교수의 회유나 협박, 또는 강압적 연구실 분위기 때문에 조작 사실을 알고도 이를 용기 있게 드러내지 못했다면 적어도 정상 참작의 여지라도 있다. 하지만 엄연히 드러난 연구 부정행위 앞에서도 변명과 책임 떠넘기기를 일삼는 황 교수의 대국민 기만 퍼포먼스에 어떤 이유로든 일조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과학적 범죄 행위다. 무엇보다 출발부터 정직을 마음에 새겨야 하는 이들 젊은 연구자들이 자신들의 분별없는 거짓 방조 또는 관용 행위 때문에 앞으로 과학계에서 어떤 징벌 또는 경력의 불이익을 받게 되는지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사실, 어느정도는 쉬쉬하고 있는 황교수팀 연구원들에 대한 이야기들. 주로, 힘들게 고생하고 있는 그들에 대한 동정적 시선이 많은 이때, 몇가지 짚어보고 싶다.

물론 연구원의 위치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은 안다. 어려운 가정형편, 자신의 인생을 쥐고 있을 교수 혹은 연구책임자의 눈밖에 나서는 안될 상황, 잘 안나오는 실험결과, 다가오는 연구결과 마감일... 하지만, 연구가 좋고, 재밌어서 자신은 계속 연구원을 한다. 어려운 상황같은거 아무래도 좋다.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하니까. 그리고, 계속 더 잘하면, 박사도 되고, 교수도 될 수 있으므로, 지금의 어려운 상황들 다 버티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연구가 아무리 좋아도, 생각은 있어야 한다. 특히나 과학, 생명과학이라면 학문과 과학에 대한 철학같은 것들을 가슴속에 갖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내가 하는 이 연구가 진정한 진리탐구라면, - 더군다나, 생명현상의 외경심의 첨단에 있을 인간배아 관련 연구라면 더더욱 - 그에 걸맞는 마인드를 갖추어야 한다. 자신의 진로걱정때문에, 논문에 자신의 이름이 안들어갈지도 모른다는 걱정때문에, 불의를 보고도 저항할 용기가 없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식으로 이룩하는 과학적 성과는 의미도 없을 뿐더러,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연구인생의 진로 역시 대단할게 없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비단 황교수팀 연구원들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나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며, 이땅의 모든 연구원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분별없는 거짓방조... 그것은 그 끝을 저런 결말을 내게하는 보이지 않는 원동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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