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과 사기의 사이에서 :: 2005/12/25 11:41

작금의 황교수사태는 실력이 과장과 말빨을 받쳐주지 못해서 일어나게된 안타까운 일이다. 과학자 신분으로서, 실력의 뒷받침을 만회하지 못하고, 조작의 길로 들어서게 된 그 상황은 충분히 지탄받을 만하다. '월화수목금금금'을 자랑삼아 이야기하던 그룹에서 그랬으니, 게다가 그 사기의 대상이 국민이고, 국가이고, 불치병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였으니, 이 어찌 가슴아프지 않을 수 있으랴.

이 가운데에서도, 우리 자신을 향해 한번 더 확인해봐야할 것이 있으니, 우리는 과연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어떤 과장을 하고, 그걸 메꾸지 못해 어떤 사기를 치는가에 대한 것이다.

각종 프로젝트들. 이른바 용역 이라고 하는 것들 역시, 우리는 그것을 수주하기 위해 자신의 실력을 과장한다. 보다 더 적은 금액을 쓰고, 더 적은 기간을 적고, 미약한(혹은 없는) 기술을 장점이라고 적는다. 만일 그 회사가 중소기업이라면, 먹고살기 위해 더욱 그 수주에 매달릴 것이며, 불가피하게 과장이 더 심해질 수 도 있다.

꼭 프로젝트 같은 거창한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프로포즈도 같은 것이고, 다양한 인간관계사이, 그리고 직장일, 취미일 등등에서 우리는 비슷한 상황을 접한다.

무슨일이건 시작하기 전에 "자신감"이 중요하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의 불투명함가운데서, "할수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그 일을 시작하는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할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그 일을 시작도 하지 않는 것과, 할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자신감있게 시작해보는것. 그 차이는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적극적인 생활태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점차 과장이 심해지고, 실력이 받쳐주지 못하게 되면, 비극이 시작된다. 정직하게 프로젝트를 실패할 수도 있고, 사기를 칠 수도 있다. 어쨌거나 그 상황에 이르게 되는 이유는 과장이 심해지는 것 때문인데, 이 때문에라도 과장의 밸런싱은 중요하다.

KLDP게시판에서 진로상담에 대한 퍼키군(내가 존경하는..)의 답변이 눈길을 끈다.

최소한 SI 업체는 절대로 가지 마십시오. SI 업체는 늘 쫓겨서 제안서에 온갖 사기를 쳐야하고, 그 사기를 또 개발에서 하는 흉내를 내야하고.. 일정도 늘 빡빡한데다 실험적인 것은 도입하기가 완전히 불가능하고.. 프로그램 설치를 이른바 "시공"이라고 부르는 이런 업계는 절대 프로그래머의 꿈이나 개성을 존중하지 못합니다.

특히나 자기가 만들어도 금방이거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충분히 좋은 게 있는데, 가격을 맞추기 위해서, 쓸데없는 남의 프로그램 사와서 매출을 튀기거나, 필요없는 코드를 막 생산해서 코드 본수를 늘이는 것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기때문에 상당히 거부감이 듭니다. f모 님의 말에 따르면 XML 솔루션이라고 부를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환경설정만 XML로 해놓고 XML 기반 솔루션이라고 부르기도 하구요.


내가 회사에서 하고자 하는 일이 일종의 SI 이며, 사람도 더 필요하기에 뽑아야 하는 상황이기에, 윗 답변이 가슴아프게 들린다. 문제의 핵심은 떳떳한 영업을 하는것. 그리고, 그 과장을 실현할 실력을 갖추는 것. 더불어서 개발자(인력)에 대한 존중. 그리고, 개인의 발전이 회사의 발전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고리"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는 것이다.

회사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것이다. 늘어난 과장에 헉헉대며 곪는 것 보다는 떳떳하게 할수 있는 일 없는 일을 구분짓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는 길일 것이다.

물론, 진실해야한다는 점은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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