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이야기 :: 2007/08/04 14:08

늦은 새벽 한적한 길을 운전하고 있었다. 맥주한잔 마시긴 했지만, 한잔정도야 뭐 하는 마음에 차를 두고갈 수 없었다. 설마 음주단속은 없겠지 은근한 기대감과 함께. 한참가던 중 유턴할 일이 생겼다. 새벽녘이고, 차도 얼마 없고 하여, 신호 무시하고 유턴을 하려는데, 앞에서 저 멀리 오는 차가 있어서 잠시 중앙선에 걸쳐 섰다. 그 순간 갑자기 앞에 왠 차가 나타나더니만 내차를 들이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차는 분명 역주행 후 내차를 받았다.) 으헉... 드디어 일냈군. 무사고 경력도 끝인가보다. 일잔도 했는데, 큰일났네.

차는 강하게 부딛혔는데, 나는 멀쩡했다. 그러나 앞차는 말이 아닌가보다. 내려서 확인해보니, 운전석에 있던 젊은 여자분은 피를 많이 흘리고 있었고, 옆좌석에는 멀쩡한 친구여자분이 있었다. 다급한맘에 바로 119로 전화를 했다. 전화하려는 중, 그 친구여자분이 나한테 이야기 한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 친구가 갑자기 자살을 하려고 해서요."

앗, 그래서 부딛힌건가보군. 그나저나 나도 일잔했는데, 괜찮은 걸까... 119 첫번째 통화시도는 실패고, 두번째에서야 통화가 되었다. 나는 주변의 도로표지판과 거리이름을 확인하고, 지금 사고가 났고, 사람이 많이 다쳤으니 빨리 와 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곧 도착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화를 끊었다. 나도 갑작스런 사고에 정신이 없었다. 내 차를 바로 갓길로 대고, 깜빡이를 켜놓은채 부상자의 상태를 계속해서 살폈다. 그녀도 아직 정신은 있었다. 나한테 계속해서 미안해요 미안해요를 연발했다. 마음속에 약간의 안도가 느껴졌다. 적어도 내 잘못은 아닌것 같아 다행이다.

어떻게 앰플런스가 왔는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 119구급대원으로 보이는 어떤 아저씨의 인상만 어렴풋이 기억난다. 나는 같이 병원에 갔고, 가는 도중 친구 세준과 도균이 함께했다.

"야, 사고난거 어떻게 알았어?"

라고 물었더니, 세준이 왈,

"우리아빠가 사고 차를 견인했거든"

아, 그랬군. 잠깐, 세준이네 아버지가 사고차 견인일을 하시던가? 의문이 잠깐 들긴 했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 사고수습을 해야한다. 그나저나, 보험사에 연락을 아직 안했다. 나는 잘못없는게 맞겠지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난 분명 불법유턴중이였다. 쩝.

병원로비에서 세준과 도균이 장난스럽게 다투고 있다. 얘들은 여기서도.. ㅡ.ㅡ; 같이 계단을 오르며, 깜빡이가 켜진채 갓길에 주차된 내 차가 생각났다. 밧데리가 다 되진 않았을까...

깜빡거리는 내 차를 떠올리다, 눈이 떠졌다. 익숙한 내방과 침대, 그리고, 이불이다. 어제 사고 이후 나도 정신을 잃은건가. 집에 어떻게 온거지? 어쩌다 사고는 내가지고 이긍... 근데 왜 집에 온 과정은 생각이 안나는 걸까. 혹시... 혹시, 꿈?

그렇다. 꿈이였다.

우후, 다행이다. 새벽늦게 일잔하고 운전해서 왔더니만, 딱, 그느낌 그대로 꿈으로 이어졌다. 으흐... 꿈이라 다행이다 라는 느낌. 실로 오랜만이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쭈욱 기지개를 켰다. 편안한 주말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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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순선뽕 | 2007/08/06 11:12 | PERMALINK | EDIT/DEL | REPLY

    형용오빠~
    싸이에 광고성 글만 올려져 있는 오빠의 홈피를 보고 함 들어와봤어~
    간만이야~근데 위에 올려놓은 글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쩝...
    꿈이라니 다행~ㅋㅋㅋ

    잘지내지???
    서로 사는게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드네...
    이 여름이 가기전에 시원한 맥주라도 한 잔 하자고~*^^*

    • BlogIcon yong27 | 2007/08/07 10:37 | PERMALINK | EDIT/DEL

      와~~ 순선뽕 오랜만... 지금쯤 박사? 오호... 조만간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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