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은 찰나다 :: 2008/09/15 13:52

[다짐]글쓰기를 읽다가 문득 떠올랐다. 좋은 글의 요건에는 어떤 점이 있던가.

음... 다양한 판단기준들이 있겠지만, 글쎄다 내가 괜찮다고 느끼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진실함이다. 진실이냐 거짓이냐의 그 진실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느낌 그대로 진술했는가 하는 것. 그것은 문장을 더 생생하게 만들고 더욱 공감하게 만든다. 정말 진실한 문장은 딱 보면 알 수 있다. 이 진술은 정말 감동이 있는 것이로구나!

그런데, 그 마음속에 떠오르는 느낌이란 건 정말이지 순간이라는 것. 무언가 갑자기 떠오를 때가 있다. 아 맞다 그게 그거구 그래서 그런것이구나 그럼 그것도 가능하겠네 라고 순간적으로 스토리가 그려진다. 하지만, 잠시 딴 생각하고 돌아오면 사라져있다. 영감은 순간이다. 재빨리 남겨놓아야 한다.

이 얘기는 류기정님 단편소설 우리가 쏜 화살은 어떻게 되었을까 에도 등장한다. (정말 공감하며 읽던 그 이야기.)

“ 잠깐만요, 다니엘. 조금만 천천히 불러줘요. “

“ 그럴 순 없다네, 존. 시간이 없다면 대강 받아적게. ….그 인상만 남도록 말야. - 그런 다음에 나중에 채워 넣으면 돼. 영감은 순간이라네. 그걸 놓치고 문장을 완성해봤자 공허할 뿐이야. 우리가 할 일은 그저 그 스쳐가는 찰나는 놓치지 않는 것 뿐이지.”

그러고보니까 저리도 쉽게 도망가버리는 영감이란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나는 무슨 준비를 하고 있는가 싶더라는. 컴퓨터 앞에서는 바탕화면의 todo.txt 라는 파일이 준비중이고, 슥슥 블로그 혹은 위키로 올리고 있긴 한데, 오프라인에서는 준비상태가 안돼있다는 것. 노트북을 켜기엔 시간이 넘 오래 걸리거나 무겁고, 아이팟 터치는 가상 키보드타이핑이 영 느리다.

해서, 다시금 인덱스카드를 가방에 챙겨넣기 시작했다. 한동안 안써버릇 했었는데... 다시금 오프라인에서의 영감기록장치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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