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기원과 다양성 :: 2006/03/04 12:55

이기적유전자를 처음 읽을 때,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그 부분에 참 매료되었던것 같다. 최초의 자기복제자(self replicator)가 어떤 어떤 과정을 거쳐서 생겨나게되고, 그것은 이후에 보다 더 잘 복제하면서도 변화에 적응할 여지가 있는 것을 자연선택하는 과정을 통해서 거대한 진화의 흐름이 유지되고, 인간마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무언가 미심쩍은 것이 왜 지구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것이다. 화성이나 금성, 목성, 아니 저 먼 우주의 어느곳에서도 최초의 자기복제 물질이 등장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그 행성에도 다양한 물질들이 있을 수 있고, 천둥과 번개가 내리쳤을 수도 있으며, 원시스프까지는 안되더라도, 그 행성자체만의 다양한 분자들이 존재했을텐데, 왜 거기에는 최초의 자기복제자가 나타나지 않았을까.

지구

사진출처: 구글 이미지

지구상의 생물들은 최초의 자기복제자가 그랬듯이 탄소(C)를 주요 구성성분, 뼈대로 두고, 절대온도 약 300도 되는 온도와, 지구공기층이 누르는 압력에 최적화되어있다. 지구에만 있어봐서 그런지, 이 설정은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기에 딱 좋은 설정인듯하다. 이 온도와 압력, 그리고 주기율표상에서 보듯 적절히 앞에 위치하고 있고, 그로인해 적당한 양을 갖는 탄소화합물을 기초로 자기복제자가 나타나는 지구의 설정은 꽤나 잘 맞춰져있는 것만 같다.

잘 맞춰져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최초의 자기복제자가 등장하고, 그들이 서로 경합할 만한 환경이 충분하다는 것일텐데, 그것은 아마도, 환경적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상온상압 및 물을 용매로 하는 탄소화합물들의 화학반응은 충분히 다양한 반응들을 가능하게 했고, 그를 통해서 최초의 자기복제자는 나타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다양한 반응을 가능하게 하는 세팅이 상온상압에 물 용매 밖에 없을까?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척도를 가정해보자. 지구의 설정을 1이라 본다면, 이 거대한 우주, 그리고 다양한 행성계에는 1이상의 설정을 갖는 곳도 있을 수 있고, 그 이하의 곳도 있을 수 있다. 1 이상이라면 당연히 생명이 출현했을테고, 이하이더라도 꼭 지구의 설정이 최소설정은 아닐테니 생명출현의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코스모스에 나오는, 칼세이건만의 드레이크방정식풀이를 보면 그 역시 지구같은 설정만을 계산해 넣은 듯 하다. (그는 우리 은하계내에 교신가능한 문명권이 약 10~10^7 정도 될것이라고 계산한 바 있다.) 하지만 지구의 환경설정보다 더 극적이고, 멋진 설정이 있을 것만 같다.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 있을 그런 곳을 내 생애안에 구경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은.

어쨌건, 생명의 출현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다양한 화학반응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설정이다. 생명현상의 오묘함과 화려함. 그 신비스러움의 배경에는 다양성을 서포트하는 설정이 있다. 생명의 출현 뿐이 아니겠지. 누군가의 인생, 어떤 팀의 활동 등등... 모든 멋진 무언가의 뒤에는 다양성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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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외계의 지적 생명체와 조우하기 어렵다.

    Tracked from Experiments never fail | 2009/03/14 17:06 | DEL

    메가티비에서 다큐멘터리 보기 재미 들렸다. 요즘은 BBC의 플래닛시리즈를 보는 중. 생명체 화성기원설이란 것이 있더라. 처음엔 말도 안돼 했었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는... 그 근거로 다음의 이유가 제시된다. 1. 최초의 생명체 화석은 약 40억 년전이다. 그 당시 지구의 환경은 생명체가 살기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는 혹독한 환경이지만, 어쨌건 생명체가 있었다. 이는 행성에 생명체가 출현하는 것이 꼭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수도 있다는 추론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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